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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김대중 육성 회고록

김대중 육성 회고록 (7/12)

by 나만의방식 2025. 6. 10.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기획 - 한길사

  1. 13대 국회부터 15대 대통령 당선

(p.475)

Q) 1988년 11월 17일 '전두환•이순자 구속처단 운동본부'의 문익환 목사닙, 이재오 씨 등이 대통령님을 찾아와서 대통령님과 평민당의 동참을 요청했는데 대통령님께서는 완곡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이것은 과거사 청산에 관한 인식과 방법에서 대통령님과 재야세력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A) 민주화운동 할 때에도 그랬는데, 사회운동과 정치는 역할과 관점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사회운동이 원칙과 당위성을 중시한다면 정치는 그것과 함께 현실적인 면도 중시해야 합니다. 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항상 강조했는데, 이때도 그랬습니다.
 우리는 정치군인들을 최대한 압박해서 그들의 양보를 얻어내어 민주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들이 수십 년간 통치하면서 정치•경제•사회 곳곳에 구축해 놓은 기반이 상당했어요. 그들을 다 몰아내고 민주화의 길을 연 것이 아니었고, 또 그들을 그렇게 몰아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객관적인 조건을 염두에 두면서 상대의 역습을 최대한 막고 점진적으로 개혁을 이뤄내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최대한 확장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과거사 문제에도 '전두환 이순자 처단'처럼 과격하면서도 선명한 구화와 목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개혁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5공 세력들의 잔재가 많았고 노태우 정권 역시 뿌리는 5공에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5공 청산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이슈를 몰고 가면 문제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상하는 일이었어요. 과거사 청산은 단칼에 할 수 없습니다. 수십 년간 통치해온 독재정권의 잔재를 그와 같은 방식으로 없앨 수가 없어요. 법과 제도적 개혁 그리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인식전환 등의 복합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진행해야만 사회적인 아픔이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요구를 거절했던 것입니다.

 

사회운동과 정치는 역할과 관점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
사회운동은 원칙과 당위성을 중시한다면,
정치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가 필요하다.

 

(p.521)
Q) 대통령님께서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계셨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어떤 일이 발생하면 관계된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서 분석합니다. 이때 감정과 선입관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현실을 파악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뜻합니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은 관계된 사람, 국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그들의 의식과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상대의 속내를 가급적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 쪽만 그래서는 안되고, 다른 쪽도 마찬가지로 파악해야 해요. 기본적인 지식을 바탕에 두고 각자의 상황과 입장을 놓고 조율해보는 것입니다.
 과정도 중요해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공식에서 답을 찾는 것처럼 숫자를 바꿔 넣는다고 해서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정서와 문화 등 주관적인 요소까지 고려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가장 최적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요. 내가 카터 대통령의 방북을 제안한 것도 미국과 북한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서 나온 방안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방법은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